모두가 AI에 밀릴 줄 알았던 번역가들, 그런데 '더 잘 나간다'는 반전
ChatGPT, Claude, Gemini 등 생성형 AI의 등장은 ‘번역가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자연스러운 번역이 가능한 시대, 굳이 사람 번역가가 필요할까 싶었죠.
하지만 현실은 예상을 정면으로 뒤집고 있습니다. 국내 통번역사 수는 오히려 증가했는데요, 2020년 625명에서 2023년 671명으로 늘었고, 특히 통역사 수의 증가폭이 두드러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AI는 문법적으로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 수는 있어도, 맥락과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지는 못합니다. 외교, 의료, 법률, 기술 분야처럼 섬세한 해석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여전히 인간 번역가가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Go ahead”라는 표현은 맥락에 따라 “계속 하세요”부터 “해 보시지”까지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AI는 아직 이런 미묘한 뉘앙스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요즘 잘나가는 번역가는 AI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기초 번역 + 인간 교정’이라는 협업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번역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들 사이에선 “AI를 다룰 줄 아는 번역가”가 경쟁력을 갖습니다. LLM을 활용하는 역량과 고품질을 판별하는 인간 감각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글로벌 시장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번역 전문 에이전시들은 자체 번역 엔진이나 DeepL·Papago 등 외부 툴과의 연동 시스템을 구축해 고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즉, 번역가의 역할은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의미의 조율자’, ‘문화적 해석자’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K-콘텐츠와 글로벌 수출 기업이 증가하면서 국제 비즈니스에 필요한 전문 번역 수요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실무 언어는 여전히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살아남은 직업군이 아니라, AI와의 공존 속에서 ‘자기 역할’을 재정의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언어 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AI 번역이 늘수록, 사람 번역의 품질이 더 눈에 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결국 결과물의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는 점에서, 인간 번역가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제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도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기술을 잘 다루는 사람이 살아남는 시대—번역가도 예외가 아닙니다.
